북한 무서워 폭우 속에 안보를 지우다: 굴종을 위해 소비된 아들들 [안보사설3편]




[사설3편] 맥락과 개연성의 파괴: 예보된 폭우 속 '증거인멸의 방치'와 안보 지도부의 반국가적 죄책

1. 프롤로그: '증거인멸의 방치'라는 참담한 신호 — 맥락과 개연성의 파괴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수색로 개척 작전 중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참혹한 중상을 입은 안보 참사가 발생했다. 수색대대장(중령)이 발목 절단이라는 비극적인 전상을 입고 부사관이 다치는 유혈 사태 앞에서, 국가와 군 지도부가 취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책무는 명확하다. 즉각적인 현장 보존, 신속한 합동 감식, 도발 주체와 물증의 명확한 확보, 그리고 피 흘린 장병에 대한 최대치의 예우와 응징 태세 확립이다.

그러나 사고 직후 국방부와 군 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국가 안보 시스템의 정상적인 동작이 아니었다. 유엔군사령부(UNC)가 사건 직후 즉각적인 현장 조사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 당국은 '안전 대책'과 '장병 트라우마'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유엔사의 요청을 거부하고 조사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었다.

더욱 참담한 것은 당시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경기 북부 DMZ 일대에 강한 폭우를 명확히 예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폭우가 내리면 현장에 남아 있던 화약 잔류물, 지뢰 파편, 매설 흔적 등 북한 도발 입증의 결정적 물증들은 빗물에 쓸려가 유실·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기상청의 예보를 몰랐을 리 없는 군 지도부가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연기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방치'이자 '증거 인멸의 강한 개연성'을 스스로 입증한 행위다.

참사 현장에서 물증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도록 방치하는 행위는 안보의 기본 맥락과 논리적 개연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죄책이다.


2. 맥락과 개연성의 파괴: 예보된 폭우 속에서 사라진 진실

모든 정상적인 군사 작전과 사법적 진상 규명에는 '맥락(Context)'과 '개연성(Coherence)'이 존재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을 즉시 통제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상식이며 개연성이다. 2015년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우리 군은 사고 당일 오후 즉시 현장 증거를 수집했고 이틀 뒤 유엔사와 합동 조사를 실시하여 북한의 소행임을 명확히 입증해냈다.

그러나 2026년 오늘의 국방부와 군 지도부는 이 상식적인 맥락을 전면적으로 파괴했다. 현장 조사는 연기되었고, 연휴 내내 내린 폭우 속에서 결정적 증거들은 유실되었다. 더욱이 국방장관과 군 당국은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군의 유실 지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아리송한 발언을 내놓으며 사태의 본질을 물타기 했다.

사고 지점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한 정황이 포착된 의심 지역과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적의 도발 개연성이 지극히 높은 현장에서, 주적의 소행 가능성을 먼저 차단하고 자국 군의 유실 지뢰 탓으로 돌리려는 지도부의 언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단순한 판단 미스가 아니다. 비가 오면 화약 반응과 결정적 파편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조사를 연기하고, 그 사이 "우리 군 지뢰일 수도 있다"는 논리를 유포함으로써, 북한의 도발 책임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정황이다. 진실을 밝히는 조사를 지연시켜 증거가 인멸되도록 방치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국가 안보의 맥락과 논리적 개연성을 파괴한 가장 치명적인 이적성 행태다.


3. 매매와 소비의 차이, 자문과 결정의 교란: 국민과 장병을 소모품으로 다루는 수사학

이러한 맥락과 개연성의 파괴 뒤에는 국민과 장병을 바라보는 지도부의 철학적 전락과 '자문과 결정'의 책임 교란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매매(買賣)'와 '소비(消費)'의 차이를 직시해야 한다. 국민과 국군 장병은 헌법에 따라 국가에 의무를 다하고, 세금을 내며, 정당한 국가 안보와 생명 보호 서비스를 요구하는 '매매와 계약의 능동적 주체'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공동체와 계약을 맺고 안전이라는 가치를 거래하는 주체이지, 정권의 정치적 계산이나 대북 유화 기조를 위해 얼마든지 쓰고 버려지는 '소비당하는 객체'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안보 지도부는 최전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수행하다 다친 장병들의 피 흘림을, 정권의 정치적 해금과 북한과의 마찰 회피를 위해 언제든 '소비'해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참사가 터지자 진상 규명 대신 "추석 지난 뒤 조사하겠다"며 비가 내릴 시간을 벌어주고, 현장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에는 "정쟁으로 삼지 말라"며 입을 막는다. 자국 장병의 발목이 잘려 나간 참사 앞에서도 주적의 눈치를 보며 증거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행태는, 국민과 장병을 존엄한 주체가 아닌 정치적 소모품으로 '소비'하는 오만의 극치다.

둘째, '자문(諮問)'과 '결정(決定)'의 교란이다. 국정 운영과 군 지휘권의 핵심은 책임 있는 결정에 있다. 참모는 의견을 자문할 뿐이며, 권한을 위임받은 최고 책임자는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여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현 국방부 장관과 안보 수뇌부는 결정권자의 의무를 완벽하게 버렸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국가 안보 중대 현안에 대해 "아직 후보자라 모른다", "바빠서 못 챙겼다", "부대에 가서 직접 확인해봐라"라며 책임 있는 답변을 회피하더니, 정작 지뢰 참사가 발생하자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현장을 방치했다. 그리고 브리핑 뒤에 숨어 "확인해 보겠다", "제한된다"는 원론적인 문장만 반복하며 유보적인 참모나 자문관의 시늉만 내고 있다. 권한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으며,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증거가 인멸되도록 시간을 버는 교란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4. 증거 인멸의 방치와 한미동맹의 극명한 대비

자국 장병이 피 흘린 현장에서 증거가 유실되도록 조사를 방치한 한국 군 지도부의 모습은, 동맹국 수장인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사령관의 행동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브런슨 사령관은 사고 직후 즉각 공식 성명을 통해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국군과 굳건히 함께하고 있으며, 비무장지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대한민국 장병들이 매일 감내하고 있는 희생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글과 영문으로 명확한 연대와 존중을 표했다. 또한 유엔사는 사고 직후 현장 조사를 즉시 착수하고자 했다.

외국군 사령관은 우리 장병들의 피 흘림을 귀하게 여기며 즉각적인 진상 규명과 동맹의 결속을 선언한 반면, 정작 한국의 국방부 장관과 군 당국은 유엔사의 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폭우 속에 증거가 씻겨 나가도록 현장을 방치했다. 장관은 위문길에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밝은 옷을 입고 나타나 비판을 받았다.

자국 군인의 전상 앞에서 진실을 밝힐 증거를 보존하기는커녕 비에 씻겨 내려가도록 시간을 번 군 지도부의 태도는, 피로 맺어진 동맹의 정신을 모독하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5. 에필로그: 증거가 씻겨 나간 거짓 평화는 안보가 아닌 굴종이다

안보의 생명은 명확한 주적관, 철저한 현장 보존, 그리고 피 흘린 장병에 대한 끝까지의 책임에 있다.

예보된 비를 핑계 삼아 현장 조사를 연기하고, 화약 잔류물과 파편이 사라지도록 방치한 '증거 인멸 의도'는 단순한 행정적 지연이 아니다. 그것은 주적의 도발 책임을 덮어주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피 흘림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짓밟은 안보 파탄 행위다.

우리는 사고파는 주체이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사건이 축소·은폐되는 판 위에서 '소비되는 객체'가 아니다.

비에 쓸려 나간 것은 지뢰 파편만이 아니다. 증거 인멸을 방치한 군 지도부의 도덕성과 안보 지휘권 역시 함께 쓸려 내려갔다. 개연성이 파괴된 안보 현장에 대해 "보안상 답변이 제한됩니다"라는 기계적인 무례함을 견디도록 하는 것은 자격없는 군지도부로 인해 국민과 국군 전체가 영원히 소비되는 굴종의 길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이 우리가 국가의 주인으로 서는 길이다.



NATIONAL SECURITY & ALLIANCE / EDITORIAL SERIES

🛡️ 자유와 자본 특별 기획: [안보사설] 3부작

한미동맹의 본질과 국가 안보의 엄중함을 차가운 지성으로 직시하는 시사 비평

"Warm Eyes and Cold Intellect" — Publisher doremisparky

댓글